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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 - 신동하의 [무등산 야생화 이야기] 11 천남성
野 孤 寶
2011. 5. 31. 12:10
[무등산 야생화 이야기] 지독하다고 욕하지 말자 ‘천남성’
[무등산 야생화 이야기] <11> 천남성
입력날짜 : 2011. 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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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남성(天南星)이란 이름은 알뿌리의 모습이 마치 남쪽 하늘의 노인성 별자리처럼 빛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약성이 극양(極陽)에 가까워 하늘에서 가장 양기(陽氣)가 강한 남쪽별을 빗대어 이런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천남성은 유독성 식물로 옛날에 죄인에게 사약을 내릴 때 뿌리를 다른 식물과 함께 달여 사용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어 손으로 만지면 가려움증과 함께 피부가 벗겨지기도 하고 생으로 먹으면 혀와 입술이 붓고 마비 및 구토 증세를 일으키기도 한다. 목숨을 잃을 만큼 독성이 강한 식물이므로 처방 없이 함부로 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일부에서는 알뿌리를 천연 살충제로 이용하기도 한다.
천남성은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그늘진 숲 속에서 자란다. 꽃이 특이하게 생겼는데,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은 꽃잎이 아니고 꽃차례를 감싸고 있는 포(苞·꽃턱잎)이다. 꽃은 5-7월에 피는데 암수딴그루로 피며 녹색을 띠고 알뿌리의 크기에 따라 성전환을 한다. 알뿌리에 저장된 양분이 적은 어린 개체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알뿌리가 어느 정도 자란 개체는 수꽃을 피우며 충분히 자란 개체는 암꽃을 피워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동식물 중에서 크기가 커지면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을 전환하는 종류가 많은데 영양분이 충분한 개체가 많은 후손을 퍼뜨리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독특한 번식체계로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똑똑한 적자생존이다.
천남성 꽃에는 자주색바탕에 흰줄무늬가 있어서 파리나 하루살이를 유인한다. 파리나 하루살이가 포안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면 탈출하려고 하지만
포의 벽이 매끄럽기 때문에 기어오를 수가 없다. 유일하게 오를 수 있는 발판이 수술과 암술인데 기어 올라가면 끄트머리는 갑자기 굵어져 마치 천장처럼 파리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파리나 하루살이는 탈출하려고 안간 힘을 쓰는데 다행히 수꽃에는 하부에 작은 틈새가 있어서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꽃가루를 새하얗게 뒤집어쓰기는 하지만 어쨌든 살아나올 수 있다. 그러나 꽃가루를 묻혀 나온 파리나 하루살이가 암꽃 속으로 떨어진다면 파리는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음에 이를 때까지 포 안에서 헤매며 꽃가루받이를 해야 한다. 암꽃에는 파리가 탈출할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파리 입장에서 보면 천남성은 피도 눈물도 없이 비정해 보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지독해질 수밖에 없는 천남성이 현대인의 무엇과 닮아있어 어쩐지 측은한 생각이 든다.
/국립종자원 전남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