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 2011-4-11 일자
[무등산 야생화 이야기] 봄을 노래하며 춤추는 바람꽃
[무등산 야생화 이야기] <4> 바람꽃
입력날짜 : 2011. 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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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꽃은 꽃대가 매우 가늘고 길어 약한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바람꽃은 나뭇잎이 미동도 하지 않을 만큼 약한 바람에도 하늘거리지만 결코 바람에 꺾이는 법이 없다.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 ‘허무한 사랑’으로 그리스 신화의 이루지 못할 사랑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의 바람꽃은 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만주바람꽃, 쌍둥이바람꽃, 회오리바람꽃 등 생김새와 색깔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바람꽃 중에서 무등산 주변에는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 등이 자라고 있다.
변산바람꽃은 전라북도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변산반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자라고 있다. 광주에서는 무등산 줄기의 마지막 자락인 지원동 꽃뫼마을 골짜기에 군락지가 있는데 3월 10일경이면 어김없이 꽃을 피워낸다. 아직 바람이 쌀쌀하고 낙엽만 굴러다니는 숲 속에서 봄 바람난 처녀처럼 새하얀 꽃잎을 드러내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꽃샘추위에 얼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꿩의바람꽃은 이른 봄에 산에서 꿩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무렵 꽃이 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무등산 자락의 습기가 많은 골짜기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온도에 민감한 꿩의바람꽃은 해가 중천에 뜬 후에야 활짝 피어나 세상을 구경하다가 오후 3시경이면 꽃잎을 닫기 시작하여 저녁에는 잠을 잔다. 인간의 눈에는 게으른 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아직은 차가운 땅 위로 줄기를 올려 미처 잎도 피기 전 꽃을 피워내는 부지런한 봄꽃이다. 또 게으른 인간에게는 그 고고한 자태를 보여주지 않으니 어쩌면 인간에게 깨달음을 주는 꽃인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해마다 가는 벚꽃구경일랑 잠시 접어두고 가까운 무등산에 올라 새침한 아가씨 같은 바람꽃들을 만나고 자연의 성실함과 인사 나누길 권해본다.
/신동하 (국립종자원 전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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