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야생화 이야기] 허리를 낮추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꽃
[무등산 야생화 이야기] <3> 제비꽃
광주 매일신문 2011-4-4 일자
입력날짜 : 2011. 04.04. 00:00
 | 고깔제비꽃 남산제비꽃 노랑제비꽃 제비꽃 솔방제비꽃 종지나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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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갔던 제비가 날아올 즈음 꽃이 핀다고 ‘제비꽃’이라고 한다. 꽃 뒤쪽에 달린 기다란 꿀주머니(nectar tube)가 오랑캐의 뒷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오랑캐꽃’이라고도 한다.
이른 봄 양지바른 곳이면 들녘이나 길 가, 나지막한 언덕 위, 동네 빈터, 깊은 산골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주 친숙한 우리 꽃이다. 주걱처럼 생긴 풀잎 사이에서 꽃자루가 길게 올라오고 그 끝에 제비처럼 날렵한 꽃이 달린다.
봄이 오면 양지바른 풀밭에 옹기종기 모여 피는데 꽃 뒤쪽은 뭉툭하게 모아지고 앞 쪽은 꽃잎이 벌어져 그 모습이 독특하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제비꽃은 60여종이나 되며 같은 종류라도 꽃 색깔이 다양하고 잎 모양도 약간씩 다른 것이 많다. 무등산에는 잎의 밑 부분이 안쪽으로 말려서 고깔 모양이 되는 ‘고깔제비꽃’, 남쪽 산에 많이 피고 향기가 무척 좋은 ‘남산제비꽃’, 원줄기가 있어 키가 가장 크고 꽃이 올망졸망 피는 ‘졸방제비꽃’, 털이 많은 ‘털제비꽃’, 꽃이 노란색으로 피는 ‘노랑제비꽃’ 등 다양한 종류의 제비꽃이 피고 진다. 제비꽃은 고개를 숙이고 피기 때문에 꽃말이 ‘겸손함, 소박함’이며, 노랑제비꽃의 꽃말은 ‘농촌의 행복’이다.
화단에 가끔 보이는 제비꽃 종류로 ‘종지나물’이 있는데 어린잎이 종지를 닮았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미국제비꽃’이라고도 부른다. 원예종으로는 흔히 팬지라고 부르는 ‘삼색제비꽃’이 있는데 꽃의 크기·모양·색깔이 다양한 많은 품종이 육성되어 도시의 봄철 화단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제비꽃이 씨앗을 멀리 퍼트리는 방법이 독특하다. 익을 대로 익은 꼬투리가 터지면서 씨앗이 튕겨 나가 땅에 떨어진다. 씨앗의 한쪽 끝에는 ‘엘라이오솜(elaiosome)’이라는 젤리와 비슷한 물질이 붙어 있는데 이것을 개미가 좋아한다. 부지런한 개미는 이 씨앗을 집으로 가져가 엘라이오솜을 뜯어 먹은 후 쓸모가 없어진 씨앗을 집 밖에 내다버린다. 그 덕분에 발이 없어도 제비꽃 씨앗은 멀리까지 갈 수 있다. 제비꽃이 자기 힘으로는 종자를 퍼뜨릴 수 없는 담장 위나 돌 틈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연이다.
/신동하 (국립종자원 전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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